여름 캐주얼 옷을 정리하고 나니 다음 숙제는 가을 겉옷이었다. 반팔·반바지를 다시 사면서 어깨선과 원단 이야기를 잠깐 했었는데, 정작 가을 자켓 앞에서는 그 기준이 훨씬 더 중요하게 다가왔다. 90.9kg에서 75.3kg까지 줄넘기로 체중을 줄이는 동안 셔츠나 바지는 그때그때 바꿨지만, 계절이 한 번 도는 자켓류는 이번에 처음 제대로 마주한 셈이다.
여름 캐주얼 다음은 가을 겉옷이었다
얼마 전 여름 캐주얼 옷을 정리하면서 사이즈보다 소재와 핏을 더 보게 됐다고 썼는데, 가을 자켓을 꺼내 입어보니 그 기준이 훨씬 크게 작동했다. 예전에 옷을 만들고 파는 일을 오래 했던 터라, 자켓 같은 겉옷은 원단과 봉제가 핏을 결정한다는 걸 몸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내 옷장 앞에서는 그 지식을 까맣게 잊고 사이즈 라벨만 보고 있었다.
자켓은 어깨선부터 다시 봐야 한다
체중이 줄면서 어깨너비도 눈에 띄게 좁아졌다. 예전 자켓을 걸쳐보니 어깨 봉제선이 팔 바깥쪽으로 3cm 넘게 벗어나 있었다. 어깨선이 맞지 않으면 아래로 이어지는 라인 전체가 틀어진다는 걸 알기 때문에, 매장에서 자켓을 걸칠 때는 제일 먼저 어깨뼈 끝점과 봉제선 위치를 맞춰본다. 소매 기장도 마찬가지다. 셔츠 커프스가 1~1.5cm 보이는 정도가 기준인데, 예전엔 그냥 손등을 덮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원단 혼용률을 보면 핏이 보인다
라벨의 혼용률 표시를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 그 숫자 안에 핏이 얼마나 오래 유지될지가 담겨 있다. 울 100%는 형태 유지력은 좋지만 신축성이 거의 없어서, 체형이 또 바뀌면 고쳐 입기가 어렵다. 반대로 폴리에스터에 스판덱스가 2~5%만 섞여도 신축성이 확 달라지고, 몸이 살짝 붓거나 빠지는 정도는 원단이 알아서 흡수해준다. 나는 지금처럼 체중이 오르내릴 가능성이 있는 시기에는 스판덱스가 소량 섞인 혼방을 일부러 골랐다.

안감과 봉제선으로 품질 가늠하기
매장에서 자켓을 살 때 예전 습관이 하나 남아 있다면, 안감을 만져보고 시접을 뒤집어 보는 것이다. 아세테이트 안감은 통기성이 좋고 마찰음이 적어서 오래 입어도 쾌적하다. 반면 저렴한 폴리에스터 안감은 여름 겉옷 아래 받쳐 입으면 유독 덥고 부스럭거린다. 시접 마감이 오버로크로 깔끔하게 처리됐는지, 단춧구멍 스티치가 촘촘한지도 함께 본다. 박음질 간격이 성긴 옷은 몇 번 세탁하고 나면 시접이 풀리기 시작한다.

실제로 다시 산 것과 그대로 입은 것
가을 겉옷을 전부 새로 산 건 아니다. 코트처럼 실루엣이 넉넉한 아우터는 허리 부분만 살짝 줄여 그대로 입고 있다. 반면 몸에 딱 붙는 테일러드 자켓 두 벌은 결국 다시 샀다. 줄이는 수선비가 새 옷값의 7할에 가까웠고, 어깨선은 수선으로도 완전히 되돌리기 어렵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갑 사정 때문에 아직 못 바꾼 니트 가디건 한 벌은 어깨가 조금 남는 채로 그냥 입고 있다.
정리하며
여름 캐주얼에 이어 가을 겉옷까지 정리하다 보니, 옷을 볼 때 사이즈보다 어깨선, 원단 혼용률, 봉제 디테일을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다시 자리를 잡았다. 예전에 옷을 만들고 팔아본 경험이 이럴 때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아직 다 바꾸지 못한 옷들도 있지만,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 계절 옷부터 하나씩 확인해나가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