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kg대 옷장에서 75kg대 옷장으로, 체형 변화 후 옷을 다시 채운 이야기

옷장 정리를 이렇게 오래 미룬 적이 없었다. 90.9kg에서 75.3kg까지 줄어드는 넉 달 동안 몸은 서서히 바뀌었는데, 옷장은 그대로였다. 40대에 체형이 바뀌고 나서야 옷 사이즈 문제를 제대로 마주하게 됐다. 줄넘기로 살은 뺐는데, 옷은 여전히 90kg대 몸에 맞춰져 있었던 셈이다.

처음 눈치챈 건 바지 허리였다

외출하려고 바지를 입던 어느 날, 벨트를 채우는데 손이 허전했다. 늘 맨 끝 구멍까지 당겨 채우던 벨트가 헐렁하게 돌아갔다. 처음에는 벨트가 늘어난 줄 알았는데, 다음 날 다른 바지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됐다. 그때부터 옷장 안 옷들을 하나씩 다시 입어보기 시작했다.

옷장 절반 가까이를 정리했다

정장 바지 세 벌은 허리가 벨트로도 감당이 안 될 만큼 헐렁해져서 수선집으로 넘겼다. 셔츠는 단추가 잠기지 않던 것들 위주로 다시 봤는데, 예전엔 답답해서 못 입던 셔츠 몇 벌이 오히려 지금은 편하게 맞았다. 큰 사이즈 코너에서 산 외투 두 벌은 이번 정리에서 1순위였다. 남긴 옷 기준은 간단했다. 벨트나 수선으로 조절 가능한 옷은 남기고, 애초에 큰 사이즈 라인에서 산 옷은 정리했다.

새 옷은 사이즈보다 핏을 먼저 봤다

오랜만에 옷을 사러 가서 예전 습관대로 큰 사이즈를 집었다가, 매장 직원이 권한 한 치수 작은 걸 입어봤는데 그게 맞았다. 사이즈 숫자보다 어깨선이 맞는지를 먼저 봤고, 허리는 살짝 여유 있게 하되 스트레이트 핏으로 골랐다. 타이트한 슬림핏은 아직 부담스러웠다. 셔츠도 예전엔 넉넉한 것만 찾았는데, 이제는 어깨가 맞고 허리 쪽이 살짝 들어간 셔츠가 훨씬 낫다는 걸 알게 됐다.

아직 다 해결되진 않았다

좋아진 얘기만 하면 거짓말이다. 어깨와 등 쪽은 원래 골격이 있어서 셔츠를 사이즈업 하지 않으면 여전히 좀 낀다. 그리고 15kg 가까이 빠졌다고 옷장을 통째로 새로 채울 형편도 아니어서, 아직도 헐렁한 걸 알면서 입는 바지가 몇 벌 있다. 옷이 몸을 따라오는 속도보다 몸이 바뀌는 속도가 더 빨랐던 셈이고, 그 간극은 당분간 그냥 안고 가는 수밖에 없다.

정리하며

체형이 바뀌고 나서 가장 먼저 다시 배운 건 사이즈가 아니라 핏을 보는 눈이었다. 벨트 구멍 두 칸, 예전엔 안 잠기던 셔츠 단추, 이런 사소한 신호들이 옷장을 다시 채우게 만들었다. 아직 다 맞춰지지 않은 옷들도 있지만, 90.9kg 몸에 맞춰뒀던 옷장을 75.3kg 몸에 맞게 조금씩 바꿔가는 이 과정 자체가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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