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친구를 만나고, 모임에 나가고, 새로운 사람을 알고 지내는 것이 인생을 풍성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조금 달라졌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싫은 것은 아닌데, 예전처럼 모든 관계에 많은 에너지를 쓰고 싶지는 않았다.
한 번의 만남을 위해 시간을 비워두는 것도 생각하게 되고, 별로 중요하지 않은 대화에 오랫동안 신경 쓰는 것도 피곤해졌다.
처음에는 내가 너무 무심해진 건가 싶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사람이 싫어진 것이 아니었다.
내가 관계에 사용하는 에너지의 기준이 달라진 것이었다.
예전에는 ‘많이’가 중요했다
젊었을 때는 인간관계의 숫자가 중요했던 것 같다.
친구가 많으면 좋았고, 연락하는 사람이 많으면 외롭지 않다고 생각했다.
약속이 많으면 바쁘게 잘 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도 한동안 그렇게 살았다.
누군가 만나자고 하면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약속을 잡았다.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자리에서도 분위기를 맞추려고 노력했다.
상대방이 불편해할까 봐 하고 싶은 말을 참는 경우도 있었다.
그때는 그것이 인간관계를 잘 유지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알게 됐다.
모든 관계를 똑같이 관리할 수는 없다는 것을.
나이가 들면서 ‘시간’이 다르게 느껴졌다
예전에는 하루가 길게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은 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간다.
일하고,
운동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내가 해야 할 일을 조금 하고 나면 하루가 끝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이 시간을 누구와 보내고 싶은가?”
예전에는 약속이 생기면 시간을 맞췄다.
지금은 내가 정말 만나고 싶은 사람인지 먼저 생각한다.
이것은 사람을 차별하려는 것이 아니다.
내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조금 더 현실적으로 알게 된 것이다.
관계가 힘든 이유는 사람이 아니라 ‘신경 쓰는 것’ 때문이었다
생각해보면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힘든 것은 아니다.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몇 시간을 이야기해도 피곤하지 않다.
오히려 기분이 좋아진다.
문제는 만나고 돌아온 뒤에도 계속 생각하게 되는 관계였다.
“내가 아까 말을 잘못했나?”
“그 사람이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지?”
이런 생각을 계속하다 보면 실제 만남보다 머릿속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된다.
그래서 요즘은 한 가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나에게 좋은 관계인지보다, 나를 지나치게 소모시키는 관계인지 먼저 생각해본다.
좋은 관계는 꼭 자주 만나야 하는 것이 아니었다
예전에는 자주 연락해야 친한 사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다르다.
몇 달 동안 연락하지 않아도 다시 만나면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반대로 매일 연락하면서도 마음은 점점 멀어지는 관계도 있다.
그래서 연락 횟수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만났을 때 편안한가?
내 이야기를 억지로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내가 지치지 않는가?
서로의 삶을 존중하는가?
이런 것들이 더 중요해졌다.
나에게도 관계를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관계를 정리한다고 해서 꼭 누군가와 싸우거나 연락을 끊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조금 거리를 두는 것도 방법이었다.
모든 연락에 바로 답하지 않아도 되고,
모든 모임에 참석하지 않아도 되고,
모든 사람의 문제를 내가 해결해주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예전에는 거절하면 미안했다.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도 관계를 오래 유지하는 방법일 수 있다.
억지로 약속을 잡고,
억지로 웃고,
억지로 맞춰주다가 결국 관계 자체가 싫어지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계
요즘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특별히 재미있는 사람이 아니다.
나를 편하게 해주는 사람이다.
내가 잘나갈 때만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별것 없는 이야기를 해도 들어주는 사람.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내 상황을 어느 정도 이해해주는 사람.
그리고 나 역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좋은 관계는 서로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아도 유지되는 관계인지도 모르겠다.
관계도 운동처럼 관리가 필요한 것 같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체력이 떨어진다.
그렇다고 하루에 몇 시간씩 운동할 필요는 없다.
조금씩 꾸준하게 하면 된다.
관계도 비슷한 것 같다.
모든 사람에게 매일 연락할 필요는 없지만,
소중한 사람에게는 가끔 먼저 연락하고,
안부를 묻고,
필요할 때 옆에 있어주는 것.
그 정도면 충분할 때가 있다.
오히려 많은 관계를 억지로 유지하려고 하는 것보다,
정말 중요한 관계를 제대로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고 중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인간관계가 줄어드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예전에는 주변 사람이 줄어들면 외로워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숫자가 줄어들면서 오히려 내가 누구와 함께 있을 때 편안한지 더 분명해질 수 있다.
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도 조금씩 좋아진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걷고,
혼자 생각하고,
아무에게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생긴다.
그 시간이 반드시 외로운 시간은 아니다.
때로는 나 자신을 회복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의 숫자가 아니었다
나이가 들수록 인간관계가 어려워지는 이유를 한동안 다른 사람 탓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사람이 변한 것도 있겠지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변한 것도 크다.
예전에는 많은 사람과 잘 지내는 것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몇 명이라도 편안하게 지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예전에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내가 많이 맞춰줬다면,
지금은 서로 어느 정도 맞춰갈 수 있는 관계를 원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가진 시간과 에너지를 어디에 사용할지 스스로 결정하고 싶다.
사람이 싫어진 것이 아니다.
그저 이제는 모든 관계를 똑같이 소중하게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인간관계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내게 정말 중요한 관계가 조금씩 선명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