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판덱스 없는 우븐 원단은 신축성 대신 봉제가 핏을 만든다
지난 글에서 스판덱스 혼용률이 핏을 좌우한다는 이야기를 썼다. 그런데 셔츠나 슬랙스처럼 신축성이 거의 없는 우븐(woven) 원단은 얘기가 좀 다르다. 이런 옷은 원단 자체가 늘어나지 않으니, 핏을 만드는 건 결국 봉제다. 오래 옷을 만들어본 경험에서 보면, 소비자들이 잘 안 보는 시접과 땀수가 사실 옷의 수명을 결정한다.
시접 폭을 보면 오래 입을 옷인지 안다
옷을 뒤집어서 안쪽 시접을 보면 대략 감이 온다. 시접이 1cm 안팎으로 좁으면 딱 그 사이즈로만 입을 수 있다. 나중에 체중이 늘거나 근육이 붙어도 수선해서 늘릴 여지가 없다. 반대로 시접이 2cm 이상 넉넉하면, 나중에 수선집에서 옆선이나 허리를 조금 풀어줄 수 있다. 다이어트나 근력 운동으로 체형이 계속 바뀌는 요즘 같은 시기엔, 이 여유 시접이 있는 옷이 훨씬 오래 간다.

땀수로 보는 봉제 퀄리티
봉제선을 자세히 보면 땀수(스티치 간격)도 다르다. 인치당 스티치가 촘촘할수록 봉제가 탄탄하고, 세탁을 반복해도 잘 안 풀린다. 반대로 땀수가 성기면 처음엔 멀쩡해 보여도 몇 번 입고 빨면 실밥이 풀리기 시작한다. 손으로 봉제선을 살짝 당겨봤을 때 바로 벌어지면 땀수가 부족한 옷이다.

우븐 셔츠 고를 때 만져보는 세 곳
셔츠를 고를 땐 겨드랑이 쪽 거셋이나 맞주름이 있는지, 소매산에 여유가 있는지, 요크(어깨 뒤판) 부분이 이중으로 박혀있는지를 만져본다. 이 세 곳이 튼튼하면 팔을 들거나 움직일 때 봉제선이 터지는 일이 거의 없다.

그래서 요즘은 이런 옷 위주로 고른다
체중이 왔다갔다하는 요즘은, 시접이 넉넉하고 땀수가 촘촘한 옷 위주로 고른다. 가격이 조금 더 나가더라도 나중에 수선해서 오래 입을 수 있는 쪽이 결과적으로 이득이라는 걸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래도 한계는 있다
다만 저가 우븐 제품은 애초에 시접 자체가 부족하게 재단된 경우가 많아서, 아무리 잘 골라도 늘릴 여지가 없는 옷들도 있다. 라벨이나 가격만으로는 이걸 다 알 수 없어서, 결국 직접 뒤집어보고 만져보는 수밖에 없다는 걸 매번 느낀다.
정리하며
신축성 있는 니트 원단은 혼용률이, 신축성 없는 우븐 원단은 시접과 땀수가 핏과 수명을 좌우한다. 체형이 계속 바뀌는 시기라면, 옷을 살 때 안쪽 시접 폭과 봉제선을 한 번 더 만져보길 권한다.